영웅의 여정과 온보딩

‘영웅의 여정’이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란 책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캠벨은 동서양의 신화와 옛날이야기를 연구하던 중 모든 이야기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러한 흐름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정리한 것이다. 지금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헐리우드 영화 등 스토리가 있는 모든 콘텐츠에는 준비, 여정, 귀환이라는 영웅의 여정이 숨겨져 있다. 주인공(영웅)이 태어나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그 역할을 위해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던 중 스승/조력자를 만나고, 여러 난관들을 마주하며 성장해 나가고 결국에는 임무를 완수해 내는 흐름이다.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스토리 텔링이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이러한 영웅의 여정에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목표에 도전할지 말지 망설이기도 하고, 두렵지만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도 겪지만 힘이 되는 사람을 만나며 성장해 가는 과정…이러한 여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만한 스토리를 담고 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온보딩도 이러한 영웅의 여정에 빗대어 볼 수 있다. 신입사원을 예로 들어보면, 처음 조직에 입사하여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나가면서 크고 작은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선배,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난관을 돌파하기도 하고, 스스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도 하면서 성공 체험을 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영웅의 여정 프로세스에 따라 온보딩 프로그램을 설계하면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영웅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신입사원 온보딩 프로그램 설계 주안점
  

영웅의 여정에 따른 온보딩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주안점은 첫째, 적절한 크기의 시련을 적절한 시기에 제시하는 것이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자마자 너무 어려운 업무를 부여받거나 반대로 너무 쉬운 업무만 맡아서 하다가 지쳐서 조직을 떠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시기별로 신입사원이 감당할 수 있는 난이도의 과제를 적절하게 부여하여, 작은 성공 체험부터 시작하여 큰 성공 체험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야 일에서 느끼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초기에는 업무 프로세스가 명확하고 결과가 눈에 보이는 업무에서 시작하여, 점차 난이도를 높여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지거나 전례가 없는 업무로 난이도를 높여가는 것이 좋다.

둘째, 시기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를 잘 배치해야 한다. 어떤 과제를 부여하더라도 특히 온보딩 과정에서는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은 없다. 온보딩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하나씩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개입은 교육/연수, 현업에서의 OJT, 멘토링, 시스템/Tool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 조직에서 먼저 이러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입사원이 그때그때 필요한 자원을 찾아서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커뮤니티)을 마련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셋째, 영웅의 여정을 완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소명’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모든 영웅의 여정은 자신이 타고난, 또는 부름을 받았다고 여기는 ‘소명’을 인식할 때 진정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사명 의식을 띄고 역할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인위적으로라도 자신의 역할과 소명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생각을 나눠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사회인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일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내가 조직 내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작성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자.

우리는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여러 차례 영웅의 여정을 거쳐 이 자리에 와 있다. 다만 온보딩 프로그램을 통해 시의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신입사원들의 이탈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우리 조직’에서 성공적으로 여정을 시작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영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HR 담당자들은 영웅의 여정을 돕는 셰르파가 되어야겠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선진국이다. 선진국을 바라보는 기준을 민주주의 제도 발전의 역사적 기간, 사회복지시스템의 성숙도에 두는 사람들은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객관적인 지표적 수치로는 선진국이 맞는 것 같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는 ‘21년 7월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으며, 이는 ‘64년 UNCTAD 설립 이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최초 사례라고 한다. 경제적 기준으로 보아도 대한민국은 ‘96년 OECD에 가입한 이후, ‘23년 IMF 기준1인당 GDP가 3.7만 달러로 일본을 넘어섰으며,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 S&P, 피치 등이 부여하는 국가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볼 때 일본과 비슷하며, 프랑스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근 한국HP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소식에 의하면,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있는 HP에서 한국으로 파견되는 주재원 1명 모집에 40명 이상 지원했다고 할 정도로 미국 핵심지역에서도 이제 한국은 와 보고 싶은 국가가 되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이런 성공을 이루었다는 것 자체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듯 미러클이다. 그럼, 그 원동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남한)의 국토 면적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약 100분의 1 수준이고,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과 비교해도 3~4배 작다. 부존자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교육열로 대비되는 인적자원의 우수성과 국제화라는 방향성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대한민국은 근성 있는 우수한 인적자원이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주재원이 있다. 결국 그동안에 주재원 역할이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 주재원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과거의 주재원은 어땠고, 앞으로는 어때야 하는가? 편의상 1세대를 대한민국이 OECD 가입 전인 ‘96년 이전, 2세대를 ‘96년부터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된 ‘21년 이전, 3세대를 ‘21년 이후로 가정해 보자.

1세대 주재원은 8, 90년대 고도성장기에 주재 근무를 하였으며,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선진업체를 따라가야 하는 Fast Follower 입장이었고, 이를 위해 주재원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본사 수명 업무를 처리하는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시대였다. 특히 ‘90년대 문민정부 탄생 후 ‘세계화’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해외 비지니스는 확대되고 중요시되었으며, 주재원 수요도 확대되었다. S사의 경우에도 신경영을 필두로 세계시장 1등에 도전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해외 오퍼레이션의 확대와 주재원의 양적 질적 확대가 중요시되었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 주재원 필요 역량을 구체적으로 디파인하고 양성해 가는 절차는 미흡했고, 외국어 역량이 조금 되고 추진력과 본사 신임도가 높은 인력 중심으로 파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2세대는 필자도 주재 근무를 했던 기간이다. ‘02년부터 중국 상해에서, ‘10년부터카자흐스탄에서 도합 10년 이상 주재 생활을 하였다. 이 시기는 1세대보다는 주재원에 대한 육성 계획이 체계화되고 자격조건들이 정량화돼서 주재원으로서 역량 기준을 통과해야 파견이 되는 시기였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는 몰라도 파견 주재원들은 세계 곳곳에서 본사가 필요로 하는 성과로 상당 부분 화답을 하였고, 세계 1등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여, 해외 여행지에서 만나는 한국기업 브랜드를 보며 자긍심을 느끼게도 되었다.

이제는 3세대에 접어들었고,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국내는 너무 좁고, 결국 세계시장에서 결판을 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Fast Follwer에서 First Mover가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답을 찾아야 하고, 주재원 운영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특히 선진국과 생활환경이 다를 바 없고 어떤 면에서는 더 좋은 대한민국이 되었기 때문에 주재원 희망자가 계속 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세대까지만 해도 해외 근무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에 의존할 수도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First Mover는 현지화 가속, Fast Follower는 주재원 소수정예화 필요

우선 회사 제품마다 세계시장에서의 포지션을 인식하고, 이 포지션 즉, First Mover냐 Fast Follower냐에 따라 주재원 운영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First Mover라면 핵심 포지션만 주재원을 운영하고, 현지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핵심 포지션은 법인장과 CFO 주재원이다. 이미 지명도도 높고 예산 여력도 있는 회사라면 고연봉의 유능한 현채인을 채용할 수 있다. 만약 법인장을 사업 특성상 현채인이 맡게 된다면, 본사 정책에 대한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주재원 파견이 필요할 것이다. 이때는 적극성과 외국어 능력이 충분한 주재원을 꼭 파견해야 한다. 결국 코디네이팅이 현채인 헤드와 소통의 연속인데, 외국어 역량이 부족하면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둘째는 Fast Follower이다. 이 회사들은 1세대 2세대의 성공방정식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Fast Follower는 경험이나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First Mover보다 일에 효율이 떨어질 수가 있어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다. 좋은 의미의 헝그리정신으로 무장된 주재원 역할이 필요하다. 능력 있는 현채인을 독려하며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목표 달성에 매진하는 주재원의 근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무조건 많이 보내려고 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포지션에는 주재원 파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몰라서 안 보내는 것이 아니라, 회사 예산 상황 등도 고려해야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가족 체류비가 많이 드는 주재원 파견 특성을 감안하여, 영업 주재원같이 현지 판매 상황을 지속적으로 챙겨야 하는 주재원은 목표 달성 시 인센티브 지급을 전제로 1년 단위 단신 파견 Pool 운영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향후 법인장이나 핵심 주재원으로 양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어 역량 향상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자기관리 루틴을 갖자

아울러, 어느 경우든 외국어 역량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외국어 역량은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하고, 어느 정도 수준이 되지 않으면 역할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주재원 Pool이 줄어들고, 현지화가 강조되는 흐름 속에 주재원의 소수정예화는 더욱 중요시되고, 소수가 다수가 했던 것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소통 효율이 더욱 중요시되어, 외국어 역량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AI 기술의 출현으로 외국어 통번역 기능 등이 활용할 만한 수준에 있다고 해도 업무 과정에서의 외국어 전면 대체는 아직은 어렵다. 먼 미래의 4세대 주재원들은 가능할지 몰라도 최소한 수십 년 내는 어려울 것이다. 성공적인 해외 오퍼레이션을 위해서는 외국어 역량 이상으로 업무 역량이나 책임감이 중요하고 이문화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들은 업무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될 수 있고, 이문화 부분은 파견 전 단기 교육으로도 어느 정도 커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학은 장기간 별도 노력 없이는 필요 역량 기준을 달성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자기관리의 중요성이다. 먼 이국땅에서 외국어로 생활을 하고 업무를해 나간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국내에서 보다 스트레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쌓여가게 된다. 결국 피할 수 없는 일이니 적절한 해소 방법이 중요할 텐데, 자신만의 관리루틴을 권하고 싶다. 권장하는 좋은 관리루틴 조건에는, 첫째 본인에게 선순환을 시킬 수 있을 것, 둘째 오롯이 자기가 결정해서 혼자도 할 수 있는 것일 것, 셋째는 접근하기가 쉬울 것이다. 예를 들면, 피트니스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과 술을 마시며 푸는 사람 중에 위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피트니스일 것이다. 술도 순간의 스트레스는 풀리겠지만, 다음날 힘들어지고 건강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선순환이 되기 힘들다. 이런 의미에서 피트니스, 수영, 명상, 음악감상같이 혼자서도 자기 스케줄에 따라 진행할 수 있고 그 자체가 생활의 선순환이 되게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듯이 현채인들과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주재원으로서 품격도 지켜야 하고 업무 지시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어떻게 어디까지 친해져야 밸런싱을 맞출 수 있을까 고민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경험에 의한 팁을 하나 주자면, 놀 수 있는 공식 자리에서 망가져도 좋다는 마인드로 적극성을 발휘해 보라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법인 전체가 참여하는 연말 송년 행사에서 법인장을 포함해 전체 주재원이 국내 아이돌그룹을 흉내 낸 장기자랑을 진행함으로써 현채인들과 가까워진 기억이 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적당히(?) 망가져 주는 것도 좋은 결과로 작용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