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HRD가 팀 건강도를 봐야 하는 이유
똑똑한 사람이 모이면, 당연히 똑똑한 팀이 될까요?
회의실을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각자 자료도 많이 봤고, 말도 잘하고, 의견도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회의록은 남았는데 결정은 흐려지고, 모두가 바빴는데 실행은 제자리입니다. 회의가 끝날 때쯤 누군가 말합니다. “오늘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회의 때 다시 이야기하시죠.” 이 문장이 나오면 모두가 압니다. 오늘도 결정은 나지 않았다는 것을요.
AI 시대에는 개인이 더 빠르게 일합니다. 보고서 초안, 회의록 정리, 자료 요약, 아이디어 도출까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과거에는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처럼 보였던 빠른 정리력과 문서화 능력의 상당 부분이 이제는 기술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조직의 성과 차이는 어디에서 벌어질까요?
저는 개인이 유능해질수록, 그 차이가 팀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봅니다. 한 사람이 아무리 뛰어나도 목표가 흐릿하고, 역할이 겹치고, 의사결정 기준이 흔들리는 팀에서는 실력을 제대로 쓰기 어렵습니다. 유능한 사람은 이런 환경을 빨리 알아차립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처음에는 질문이 쌓입니다. 그다음에는 피로가 쌓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음이 떠납니다.
좋은 사람보다 먼저, 좋은 팀입니다
조직은 좋은 사람을 원합니다. 실력 있고, 성실하고, 협업도 잘하고, AI까지 잘 쓰는 사람. 하지만 좋은 사람을 데려오는 일과 그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내게 하는 일은 다릅니다. 뛰어난 개인은 자신의 에너지가 어디에 쓰이는지 압니다. 의미 없는 반복, 불분명한 우선순위,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유능한 구성원을 오래 붙잡고 싶다면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 사람에게 무엇을 더 가르칠까?”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팀은 이 사람의 역량을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무리 좋은 선수를 영입해도 경기장이 엉망이고, 포지션이 불분명하고, 패스가 오지 않는다면 그 선수는 실력을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 방식에 있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뛰어난 개인을 품으려면, 조직은 먼저 건강해야 합니다.
팀은 합이 아니라 연결입니다
팀을 맡아 일하면서 늘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성과는 개인 역량의 총합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성실하고 유능해도, 팀의 목표가 불명확하거나 역할이 겹치거나 의사결정 기준이 흔들리면 성과는 금방 흐려집니다. 반대로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안전하게 의견을 나누며, 실행 과정에서 빠르게 조율하는 팀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팀장에게 중요한 일은 사람을 더 세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강점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연결되도록 길을 내는 일이었습니다. 누가 어떤 역할을 맡는지, 어디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문제가 생기면 누구와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갈등은 사람이 나빠서 생기지 않습니다. 역할이 흐릿해서 생깁니다. 책임은 있는데 권한은 없고, 권한은 있는데 정보가 없고, 정보는 있는데 판단 기준이 없을 때 사람들은 지칩니다.
협업이 잘 안 된다고 해서 곧바로 “협업 교육을 합시다”로 갈 수는 없습니다. 먼저 원인을 봐야 합니다. 지식 부족인지, 역할 혼선인지, 리더십 문제인지, 심리적 안전감 부족인지, 목표 정렬의 실패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팀 건강도가 교육 효과를 결정합니다
팀 건강도는 단순히 분위기 좋은 팀을 뜻하지 않습니다. 회식 때는 화기애애한데 회의 때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팀, 단체 채팅방에서는 이모티콘이 넘치는데 중요한 문제 앞에서는 침묵하는 팀도 있습니다. 이런 팀은 분위기가 나쁜 팀은 아닙니다. 다만 건강한 팀도 아닙니다.
팀 건강도는 공동의 목표, 역할과 책임, 신뢰, 피드백, 심리적 안전감, 실행 과정의 조율을 함께 보는 개념입니다. 팀 효과성 연구에서도 팀 성과는 개인 역량의 단순 합이 아니라 팀의 맥락, 상호작용, 협업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봅니다.(Mathieu et al., 2008)
좋은 팀은 리더 혼자 끌고 가는 팀이 아닙니다. 서로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할 때 도와주고, 상황이 바뀌면 함께 조정합니다.(Salas et al., 2005) 또한 질문해도 무시당하지 않고, 실수를 말해도 낙인찍히지 않고, 다른 의견을 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느낄 때 팀은 배웁니다.(Edmondson, 1999)
건강한 팀은 “좋은 말만 오가는 팀”이 아닙니다. 필요한 불편함을 다루는 팀입니다. “이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야 합니다.” “이 방식은 비효율적입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야 팀은 배우고, 조율하고, 성과를 냅니다.
전통적으로 HRD는 개인 역량 개발에 익숙했습니다. 교육 니즈를 조사하고, 역량 모델을 만들고, 리더십 교육을 설계해 왔습니다. 이 일들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다만 이제는 질문을 넓혀야 합니다. “이 구성원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뿐만 아니라, “이 구성원이 속한 팀은 어떤 상태인가?”까지 질문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아도 돌아간 팀에서 말할 수 없고, 시도할 수 없고, 협업할 수 없다면 학습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팀 건강도는 교육 효과가 실제 행동으로 전환되는 토양입니다. 문제는 씨앗이 아니라 토양입니다.
HRD의 다음 질문
집단지성 연구는 팀의 성과가 “누가 제일 똑똑한가”보다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설명합니다.(Woolley et al., 2010) AI 시대에는 개인이 더 빨리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 개인을 품는 팀과 조직이 건강하지 않으면, 성장은 성과가 아니라 이탈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앞으로 HRD는 이렇게 질문해야 합니다.
“배움이 팀 안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가?” “뛰어난 개인이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팀인가?” “팀은 개인의 성장을 성과로 연결할 만큼 건강한가?”
결국 HRD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교육을 여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배운 것을 실제로 써볼 수 있는 팀을 만드는 일입니다. 뛰어난 개인이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AI가 개인을 더 빠르게 만들수록, HRD는 팀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뛰어난 개인을 품는 조직은 결국 건강한 팀을 가진 조직입니다. 그리고 그 팀을 알아보고, 돌보고, 설계하는 일은 앞으로 HRD가 더 깊이 들어가야 할 자리입니다.
참고문헌
- Edmondson, A.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4(2), 350–383. https://doi.org/10.2307/2666999
- Mathieu, J., Maynard, M. T., Rapp, T., & Gilson, L. (2008). Team effectiveness 1997–2007: A review of recent advancements and a glimpse into the future. Journal of Management, 34(3), 410–476. https://doi.org/10.1177/0149206308316061
- Salas, E., Sims, D. E., & Burke, C. S. (2005). Is there a “Big Five” in teamwork? Small Group Research, 36(5), 555–599. https://doi.org/10.1177/1046496405277134
- Woolley, A. W., Chabris, C. F., Pentland, A., Hashmi, N., & Malone, T. W. (2010). Evidence for a collective intelligence factor in the performance of human groups. Science, 330(6004), 686–688. https://doi.org/10.1126/science.11931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