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HR 이슈 중 하나가 직원들의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입니다.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는 2022년 7월, 뉴욕에 거주하는 엔지니어 자이들 펠린이 틱톡에 ‘일은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노동 결과로 정의되지 않는다’ 라는 메시지를 올리고 이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확산되었습니다.

조용한 사직의 핵심은 ‘일과 삶을 동일시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직장과 ‘심리적인 거리두기’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해진 업무 시간에 주어진 일만 수행하고, 실제 일을 더 할 수 있지만 현재 받고 있는 보상만큼만 일한다는 개념입니다. 맡은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월급만 꼬박꼬박 챙겨가는 ‘월급 루팡’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의 마음이 회사를 떠나 있는 상태라 심리적인 사직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조용한 사직에 동참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Gallup)은 매년 직원들의 몰입(engagement)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데, 2022년 결과에 따르면 업무에 몰입하는 직원의 비중은 줄어든 반면, 업무에 매우 몰입하지 않는다는 직원의 비중은 늘어나고, ‘조용한 사직’에 해당하는 업무에 ‘그다지 몰입하지 않는’ 직원의 비중은 무려 51%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조용한 사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국내에서 빅데이터 콘텐츠 구독 플랫폼 서비스인 KPR 인사이트 트리가 올해 1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지난 3년간 한국 직장인들의 이직과 퇴사에 대한 관심이 2배 이상 증가했고, 이들은 연봉보다는 주로 자신의 근무 환경과 기업 문화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 회사를 그만 둘 결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한국의 직장인들이 이직하려는 요인에서 근무환경 및 기업문화의 비중은 과거보다 증가한 데 비해 연봉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용한 사직이라는 배경에 한국에서는 ‘기업 문화’의 요소가 부각되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HR에서는 직원들이 조용한 사직을 결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의지를 가지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큰 과제가 되었습니다. 조직의 바람직한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스스로의 노력을 ‘투자’하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를 의미하는 직원 몰입(employee engagement)의 개념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다시 말해 직원들이 조용한 사직의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적인 활동으로 직원 몰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HR의 새로운 역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심리적 상황 요인으로, Kahn이라는 학자는 심리적 의미감과 심리적 안전감, 심리적 유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심리적 의미감은 일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자율적 환경에서 도전하고 성취를 이룰 때 스스로 일을 위해 투자한 노력이 가치 있다고 인지하게 되는 심리적 요인입니다. 심리적 의미감은 스스로 일에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동기부여의 요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업무에서의 심리적 의미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자율적이고 도전적인 환경, 상호작용을 통해 일에 대해 공감하고 동료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성취를 이끌어내서 함께 일의 의미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심리적 의미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터에서 임파워먼트에 따른 실행력이 담당자에게 어느 정도 주어졌는지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실무자들에게 임파워먼트하여 자율성과 도전에 따른 문제 해결의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동료의 지지’와 ‘상사의 지지’를 통해 동료간의 경쟁이 아닌 동료와의 협업과 존중을 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일터가 믿을 수 있고,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이고, 일관되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두려움 없이 스스로의 노력을 투입하여 도전하게 만드는 심리적 요인입니다. 회사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직원들과 신뢰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직원들과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 회사는 직원들이 도전에 실패 했을시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하고, 직원들의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리더들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많이 논의되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은 심리적 안전감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한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하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서로의 의견을 포용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에 대해 편견 없이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행할 수 있는 상호 지원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심리적 유능감은 스스로 육체적, 감정적, 심리적으로 충분히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심리적 요인입니다. 이를 위해서 회사는 직원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데 적격한 대상자이며, 직원이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회사가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 외부의 전문가만 인정하고, 회사 내의 전문가들은 인정하지 않는 경우 핵심 인재의 이탈율은 가속화됩니다. 회사의 전문가들이 가진 유능함을 충분히 인정하고, 내부에서도 이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문화를 통해 직원 하나하나의 전문성과 유능함이 회사의 자산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의 HR은, 이제 첫 발을 내딛습니다. 실내 마스크 규제도 완화된 지금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를 겪으며 삶에서 일을 우선시하는 것이 심리적·육체적으로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삶에서 일에서의 ‘성취감’ 자체에 대한 우선순위가 아래로 밀려나지 않을 수 있도록 할 때 회사의 성과와 생산성, 그리고 좋은 조직문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몰입을 위해, 올 한 해는 HR에서 직원들과 더 많은 소통과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활동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적극적인 소통과 좋은 기업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활동들로, 조용한 사직보다 몰입된 조직으로 거듭나는 한 해를 만들어가는 모든 HR 담당자들을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