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은 누구나 힘듭니다. 필자가 신입사원 시절, 당시 회사의 CEO와 티타임을 할 수 있는 시간에 철없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혹시 사장님도 출근하기 싫으실 때가 있으신가요?” 하고 말이죠. 돌아온 대답은 “나도 매일 아침 출근하기 힘들다. 특히, 월요일 아침, 비 오면 최악이다”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출근이 힘든건 CEO부터 직원까지 모두 한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런데, 그냥 ‘출근하기 싫다’ 정도가 아니라, 출근이 걱정되어서 잠이 안 온다거나, 출근해서 보내는 시간이 짜증나고 귀찮게 여겨져서 매일같이 힘들다면 그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제가 들어본 가장 심각한 상태는 ‘아침에 지나가는 차에 뛰어들고 싶어질 정도로’ 회사에 가기 싫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위 말하는 ‘일하기 싫어’ 증후군이 심각해진다면 그때는 구체적으로 왜 그런 상태가 된 것인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고민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오늘은 그 일하기 싫어 증후군의 세 가지 현상, 쓰리 아웃 (burnout, boreout, brownout)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일하기 싫어 증후군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번아웃(burnout)입니다. 과도한 업무로 말 그대로 ‘불태운 것 같은’ 상태의 소진을 겪는 현상입니다. 올해 잡코리아에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들 중 번아웃 현상을 '자주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이 57.6%, '매우 많이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이 20.2%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Schaufeli와 Bakker(2004)의 연구에 따르면, 번아웃은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요구되어지는 업무 과부하, 시간 압박, 역할 모호성, 그리고 물리적 위협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리고 번아웃 현상은 우울, 불안, 무력감, 자존감 하락, 과도한 긴장 등의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피로, 두통과 같은 신체적 건강에도 위협을 미칠 수 있습니다.

번아웃과 다른 의미를 가진, 보어아웃(boreout) 증후군도 있습니다. 보어아웃 증후군은 직장에서의 권태기와도 같은 개념입니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업무로 의욕이 상실되는 상태, 지루하고 권태로운 상태입니다. 보어아웃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중요도가 낮고 기여도도 낮은 것으로 인식하며, 현재의 업무에서 성장 가능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느낍니다(Stock, 2015). 즉, 스스로 하는 일이 매우 가치없고 하찮다고 여기면서 스스로를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기게 됩니다. 보어아웃 현상은 감정 상태를 짜증나게 만들고, 냉소적이도록 합니다 (Abubakar, Rezapouraghdam, Behravesh, & Megeirhi, 2022).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41%가 보어아웃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는 보어아웃 증후군을 겪게 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심지어 회사가 패소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보어아웃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코리아의 전무에서 미국 본사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화제가 되었던 로이스김이 언급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브라운 아웃(brown out)’ 현상도 있습니다. 브라운 아웃은 백열전구가 시간이 지나면서 밝기가 낮아져 빛 색깔이 갈색으로 보이는 현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시간이 지나 연차가 쌓이며 열정이 식어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브라운 아웃은 이 세 가지 ‘일하기 싫어’ 증후군 중에서 가장 발견되기 어렵습니다. 시니어인 고성과자가 퇴직을 하게 될 때, 등장하는 공통된 현상(Duneau, 2020).으로 발견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번아웃, 보어아웃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인 브라운 아웃 증후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세 가지 일하기 싫어 증후군을 해결하기 위해, HR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요?

직원들이 실제 경험하는 일터의 환경(environment)을 다시 점검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힌트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의 관점에서 (Morgan, 2017)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리적 환경(physical), 기술적 환경(technological), 그리고 문화적 환경(cultural)을 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조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리적 환경의 경우, 유연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하고, 업무 공간이 그 자체로서 그 회사의 성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물리적으로 위협이 느껴진다거나,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환경에서는 긴장을 유발하고 더 빠르게 소진될 수 있습니다. 업무적인 압박이 특정한 대상자에게 심하게 몰려 있어서 특정인의 근무시간이 너무 길지 않은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직원을 번아웃을 일으키는 환경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원책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적 환경의 경우, 직원들에게 기술적인 접근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보안의 이슈로 기술 개방성에 대한 고민이 높아져 가는 중이지만, 기술 보안성이 높아질수록 기술에 대한 직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아가, 기술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보어아웃이나 브라운 아웃을 예방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문화적 환경은 직원들을 존중하는 회사 전반의 문화와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신뢰를 주는 문화적 환경,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적인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리더들은 직원들의 코치이자 멘토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업무에 있어서 자율성과 도전성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적인 환경 조성이 중요합니다. 늘 반복적인 업무로 보어아웃에 시달리거나, 업무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는 브라운아웃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변화와 시도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조직 문화적 환경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과거에 ‘번아웃’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조직에서 어떠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한 보어 아웃과 브라운 아웃의 경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상태라는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주기적인 면담이나 직무 만족에 대한 조사, 경력 개발 제도 등의 조직적인 지원 이외에, 개인의 관점에서 이를 예방하고 극복하는 개인 차원의 방안도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어 아웃의 개념을 초기에 제시한 학자 (Rothlin & Werder, 2008)들은 보어 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개인의 의지라고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회복 탄력성을 키울 수 있도록 개인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보어아웃과 브라운아웃을 호소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이 의지를 가지고 그 상태를 벗어나올 수 있도록 카운슬링과 코칭 등을 통해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것 또한 훌륭한 지원책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번아웃과 보어아웃, 브라운 아웃을 겪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 글을 보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상태를 벗어나는 수단으로 ‘이직’을 택하는 것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심리적으로 소진된 상태, 활력을 되찾지 못한 상태, 자존감이 내려간 상태에서 한 이직은 현명한 선택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의 적응은 정서적 소진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어아웃과 브라운 아웃을 겪고 있어 환경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이직이라면 다를 수 있지만, 이직 후에 해당 회사에 적응하면 같은 문제는 다시 겪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쓰리 아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재 내가 수행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과 ‘나를 소진시키고 있는 상황’, ‘앞으로 수행해 보고 싶은 일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일’들을 고민해 보고, 스스로 나아가려는 고민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HR은 그런 고민을 하는 분들을 돕는 지원자이자 가이드이지, 그 상태에서 ‘빠져나올 생각’이 없는 사람을 도울 수는 없다는 점, 잊지 마세요!

잡코리아. (2023.04.10). 직장인 일 중독 실태 조사 결과: 직장인 48.5% 워커홀릭이다! 보도자료.

잡코리아. (2020.08.06). ‘재미없고 지루해요’.. 직장인 5명 중 2명 ‘보어아웃’ 경험. 보도자료.

Abubakar, A. M., Rezapouraghdam, H., Behravesh, E., & Megeirhi, H. A. (2022). Burnout or boreout: A meta-analytic review and synthesis of burnout and boreout literature in hospitality and tourism. Journal of Hospitality Marketing & Management, 31(4), 458-503.

Duneau, M. (2020). PERSONAL DEVELOPMENT: WHY AND HOW SHOULD WE INTEGRATE IT IN THE WORKPLACE? THE EXEMPLE OF KWERK (Doctoral dissertation, Mahidol University).

Schaufeli, W. B., & Bakker, A. B. (2004). Job demands, job resources, and their relationship with burnout and engagement: A multi‐sample study.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25(3), 293-315.

Stock, R. M. (2015). Is boreout a threat to frontline employees’ innovative work behavior? Journal of Product Innovation Management, 32(4), 574–592.

Rothlin, P., & Werder, P. (2008). Boreout! Overcoming workplace demotivation. Kogan Page Limited.